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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서가 멈추는 순간 반죽의 발효가 시작된다. 믹싱을 마쳤을 때 반죽 안에 있던 산소도 얼마 안 되어 이스트에 의해 소모되고, 발효는 산소가 없는 무산소 상태에서 진행된다. 대체로 발효는 베이커가 믹싱할 때 계속 배양해오던 자연발효종을 넣어서 일으킨다. 또는 풀리시나 비가, 상업용 이스트를 넣은 사전발효 반죽(묵은반죽)을 사용하거나, 반죽에 상업용 이스트를 넣기도 하며, 아니면 위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을 섞어서 발효시킨다. 1차 발효에서는 빵에서 중요한 향이 만들어지는데, 발효를 빨리 시키기 위해 개량제나 사워도우 가루, 즉석 믹스류 같은 것을 사용하면 빵의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빵의 풍미를 좋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산이다. 유기산은 빵의 풍미에 크게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반죽의 구조도 강화하고, 반죽의 발달을 도우며, 구운 빵의 보관성도 높인다. 유기산은 아주 천천히 만들어져서 빵에 충분히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오랜 시간에 걸쳐 숙성시켜 유기산이 가득한 사전발효 반죽을 사용하는 것이 빵의 풍미를 좋게 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반죽의 발효 과정에서 얻어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부산물은 이스트의 활동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이다. 이산화탄소는 빵을 굽는 동안 일부는 반죽에 가스 형태로, 또 일부는 반죽의 수분 속에 녹은 상태로 있다가 온도가 높아지면 가스로 바뀌어 오븐 스프링을 일으키고 빵을 부풀게 하며 마침내 증발해서 없어진다.
발효는 -1~55도 사이에 어떤 온도에서나 일어날 수 있지만, 제각기 가장 이상적인 온도가 있다. 밀가루빵은 24~26도가 발효에 가장 이상적인 온도이고, 호밀빵은 그보다 최소 3도 정도 더 높다. 물론 이스트의 활동과 가스 생성이라는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활동 온도는 27도 이상이다. 하지만 발효는 가스 생성만이 목적이 아니라 향도 좋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반죽 속의 풍미와 관련된 성분들은 가스 생성의 최적 온도보다 낮은 온도를 선호한다. 밀가루 빵의 경우에는 24~26일 때 향도 좋고 적당히 부풀어 균형을 이룬 상태가 된다.
아주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미국 베이커들은 발효 중 1번 또는 2번 반죽에 펀치를 주라고 배웠다. 물론 이 방식으로 중요한 목적을 이룰 수는 있지만, 효과는 일부이다. 대신 반죽을 접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베이커들에게 중요한 기술인데 그동안 간과됐다. 정확한 시간에 적절히 접기를 하는 것이 그저 그런 빵과 훌륭한 빵의 차이를 만드는데, 왜 그럴까?
가장 먼저 접는 방법이다. 작업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밀가루를 뿌린다. 덧가루는 나중에 털어내기 때문에 반죽에 섞여 들어가지 않는다. 작업대에 밀가루가 충분하지 않으면 반죽을 접을 때 작업대에 달라붙어서 찢어진다. 다음은 작업대 위에 반죽을 꺼내는데, 반죽 윗면에 완전히 뒤집어지게 작업대에 펼쳐 놓는다. 이제 반죽의 왼쪽이나 오른쪽 중 어느 한쪽 끝에서 전체의 1/3가량을 들어 반죽 위에 대충 올리고, 손가락을 펴서 두 손으로 반죽을 두드려 가스를 뺀다. 발효 가스를 완전히 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큰 가스 덩어리만 빼주는 정도로 한다. 이번에는 다른 쪽 끝에서 반죽의 1/3을 잡고 들어 올려서 가운데의 먼저 접은 것 위에 포개듯이 접는다. 그리고 다시 가스를 뺀다. 2번째 접기부터는 접기 전에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이 반죽 표면의 밀가루를 털어내는 것이다. 날 밀가루가 반죽에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굽고 나서 회색 띠처럼 경계가 생겨 보기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맛도 나쁘다. 이처럼 왼쪽과 오른쪽 끝을 모두 1/3씩 가운데를 향해 접었으면, 이제 자신의 몸 반대쪽으로 접으면 접기가 끝난다. 4번의 접기가 모두 끝나면 반죽을 뒤집어서 접힌 부분이 바닥으로 가게 하고, 오른쪽과 왼쪽 밑으로 손을 넣어서 반죽 전체를 들어 올려 다시 원래의 반죽통 안에 넣는다. 20kg 또는 30kg의 반죽통을 쌓는 것이 이상하거나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반죽이 더 무거워지면 반죽을 다시 원래의 통으로 옮기는 것이 꽤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반죽을 여러 통에 나누어 담는다.
위 접기 방식의 대안으로 통 안에서 접는 방법이 있다. 통 안에서 접기는 쉽고 빠르며 효과적이다. 물론 작업대 위에서 접는 방식보다 다소 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질거나 된 반죽, 발효가 많이 또는 적게 된 반죽 등 모든 반죽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무거운 반죽통을 작업대 위로 올리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젖은 손으로 통 안에서 쉽게 접기를 하는데,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해서 덜 끈적인다. 통 가까이에 물을 두고, 반죽통 끝쪽에서 바닥 쪽으로 양손을 쑥 집어넣고 반죽을 잡고 높이 든다. 높이 든 반죽을 통 안의 반죽 위에 포개어 접는다. 다시 손에 물을 묻히고 통의 반대쪽에서 앞과 같은 방법으로 접기를 반복한다. 이 작업을 반죽의 다른 두 방향에서도 반복한다. 결과적으로 반죽의 동서남북 4방향으로 접게 된다. 접기가 모두 끝난 다음에 반죽을 뒤집을 필요가 없다.
반죽통이 아닌 작업대에서 반죽을 접는 경우, 접기가 끝나면 거의 접힌 부분이 없고 부드러운 반죽의 바깥 표면이 윗면이 된다. 그리고 포개져서 접힌 부분이 바닥면이 된다. 처음 접은 시점에서 빵이 구워질 때까지, 부드러운 윗면과 접힌 바닥면은 계속 같은 방향을 유지한다. 중간에 더 접게 되더라도 윗면은 항상 부드러운 면이 되고, 접힌 면은 항상 바닥을 향하게 된다. 반죽을 분할하거나 가성형할 때도 윗면과 바닥면의 방향은 계속 성형된 반죽과 같은 방향을 유지한다. 우리가 사는 거대한 둥근 땅덩어리 에 남극과 북극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죽 역시 분할 전이나 분할 후에도 마치 축이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반죽 접기를 바르게 하면 중요한 3가지 효과를 얻게 된다. 첫째, 반죽의 가스를 빼낸다. 이스트에 의해 만들어진 이산화탄소 가스를 정기적으로 빼주지 않으면 발효가 잘 안 될 수 있다. 가스를 빼는 것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펀칭으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반죽을 접었을 때 더 효과적이고, 동시에 다음과 같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둘째, 반죽 온도를 고르게 만든다. 이것은 항상 고려할 사항이 아니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따뜻한 방안에 차가운 반죽이 있다면, 반죽의 바깥쪽이 안쪽보다 더 빨리 따뜻해질 것이다. 그런데 반죽을 접어서 따듯한 바깥쪽을 안쪽으로 가져가면 반죽 온도를 균일하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차가운 방에 따뜻한 반죽이 있다면, 같은 방식으로 올바른 접기가 반죽 온도를 균일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반죽의 힘이 늘어나는데, 이것이 반죽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반죽을 접을 때 글루텐 줄기들이 다시 늘어나고 배열되며 반죽의 힘이 엄청나게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접기’에서 세 번째 고려할 사항은 언제 접는가’이다. 이것은 접기의 주의 사항 중 가장 복잡한 면이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반죽의 풍미를 살리고 지나친 산화를 막으려고 일부러 글루텐을 완전히 발달시키지 않고 덜 믹싱하며, 믹싱이 덜 되어 글루텐이 부족한 것은 접기를 정확하게 하여 반죽에 힘을 더한다. 그렇다면 반죽을 어느 정도 접어야 할까? 이것은 반죽 종류에 따라 다르고, 원하는 반죽의 힘이나 분할 전까지의 발효 시간에 따라 다르다.
약 1시간 반 이상 발효 하는 반죽, 특히 상업용 이스트로 만든 반죽은 가스 배출을 위해 적어도 한 번은 접는다. 사전발효 반죽을 많이 사용한 반죽(35% 이상)은 꽤 힘이 있다. 사전발효 반죽 속에 만들어진 유기산들이 반죽을 힘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접기를 너무 많이 하면 오히려 반죽에 지나치게 힘이 생겨 신장성이 안 좋고, 오븐에서 충분히 부풀지 않는다. 이는 밀가루와 반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글루텐과 힘이라는 사실과 정면으로 상충하지만, 확실히 반죽이 너무 힘 있으면 잘 부풀지 않는다. 박력분으로 만든 반죽은 접기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수분율이 높은 반죽도 접기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수분율이 75~85%인 치아바타 반죽이 (진 반죽을 아주 좋아하는 베이커는 90% 이상을 하기도 한다) 접기로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경우인데, 많이 접어주면 그만큼 빵의 부피가 더 커진다. 호밀 사워도우처럼 1차 발효가 짧은 반죽은 접기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접기로 반죽 구조가 나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할라처럼 된 반죽은 믹싱을 마쳤을 때 이미 적당히 힘이 있기 때문에 접기가 필요 없다. 단, 1차 발효 시간이 1시간 이상이면 가스 배출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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