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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발효는 반죽이 분할될 때 끝난다. 반죽을 분할할 때 사용하는 기계도 여러 가지로, 반죽의 가스를 과도하게 눌러서 빼내는 수압식 분할기부터 반죽을 좀 더 부드럽게 다루는 훨씬 더 섬세하고 값비싼 최신 분할기까지 있다. 분할기를 사용하면 손으로 분할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나 동시에 손으로 섬세하게 분할하는 것이 빵에는 더 좋다는 주장도 있다. 손으로 분할할 경우에는 스크레이퍼, 저울, 숙련된 손이 이 작업에 필요한 전부이다. 특히 많은 양의 반죽을 나눌 때는 반죽이 과발효되지 않도록 빠르게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따금 저울 받침대와 손에 밀가루를 뿌리면 반죽이 달라붙지 않아서 작업이 빠르고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만약 반죽이 손이나 저울에 달라붙으면 작업 속도가 떨어지고, 반죽 표면이 찢어질 가능성도 높다. 처음에 한 번 반죽을 정확한 양으로 분할했다면, 나머지 반죽도 같은 크기로 분할하는 것이 좋다. 조금 더하거나 덜한 작은 오차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작은 조각들 여러 개를 뭉쳐서 분할하는 것은 피한다. 하나의 큰 덩어리로 분할하는 것이 작은 조각들을 뭉치는 것보다 좋다.
반죽을 분할하고 나면 제멋대로 잘린 모양을 좀 더 균일하게 만들기 위해 가성형을 한다. 가성형은 최종 성형을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반죽을 정리하는 것이다. 대부분 빵은 가볍게 둥글리기를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힘이 적은 반죽에 힘을 더 주기 위해 강하게 가성형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성형을 가볍게 했든 강하게 했든 최종 성형은 반죽이 충분히 쉴 때까지 기다렸다 해야 한다. 얼마나 탱탱하게 가성형을 했는지에 따라 언제 최종 성형을 할지가 정해지는데, 이것을 잘 아는 것이 베이커의 기술이다. 예를 들어, 다른 제품의 생산 일정 때문에 최종 성형을 빨리해야 한다면 느슨하게 가성형한다. 반면에 반죽을 최종 성형하기 전에 다른 반죽을 분할, 믹싱 또는 구워야 할 경우에는 최종 성형까지 시간이 길 수 있으므로 더 단단하게 가성형한다.
가성형한 반죽은 덧가루를 뿌린 작업대나 나무판 위에 둔다. 반죽은 줄마다 같은 개수를 차례로 늘어놓는다. 그러면 반죽 개수를 세기가 쉽다. 예를 들어, 10줄에 6개씩 반죽을 늘어놓으면 제멋대로 있는 60개의 반죽을 세기보다 쉽다. 가성형한 순서대로 줄지어 두면 최종 성형을 할 때 이 순서대로 하게 되어 휴지 시간도 거의 비슷해진다.
가성형한 반죽을 어떻게 두느냐도 베이커마다 달라서 어떤 베이커는 이음매 부분이 작업대 바닥으로 가게 놓는데, 또 어떤 베이커는 매끄러운 면이 바닥으로 가고 이음매는 위로 가게 놓는다. 이 두 가지 방법에 대해 특별히 논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토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음매를 바닥에 두는 것은 반죽을 더욱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서인데, 실제로 이음매가 바닥으로 갈 때 가성형한 반죽 모양이 더 잘 유지된다. 이음매가 위로 가는 경우에는 반죽이 다소 퍼지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반죽이 조금 퍼져서 문제가 된 적은 없으나, 깨끗한 면이 바닥으로 가는 것을 선호하다. 그러면 최종 성형을 하면서 날 밀가루가 반죽 속에 섞여 들어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매일 수백 개의 반죽 덩어리를 분할하고 가성형과 최종 성형을 한다. 그리고 가성형한 반죽을 작업대에 놓기 전 작업대에 덧가루를 뿌리는데, 때때로 많이 뿌리기도 하고 적게 뿌리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가성형한 반죽의 이음매가 바닥으로 가게 두면, 성형할 때 아주 종종 작업대의 밀가루들이 빵에 섞여 들어가 이음매 부분에 밀가루가 붙어있다. 하지만 이음매 부분을 위쪽으로 하고 깨끗한 면을 아래로 향하게 두면, 날 밀가루가 빵으로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수동적인 작업으로 베이커가 아니라 반죽을 위한 것이다. 가성형한 반죽에 껍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로 덮어두거나, 반죽을 나무판에 올려 랙(선반 모양)에 둔 경우 비닐 덮개의 지퍼를 닫아 둔다. 앞에서 말했듯이 휴지 시간은 반죽을 얼마나 느슨하게 또는 단단하게 가성형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베이커가 가성형한 반죽을 최종 목적에 맞게 둥근 모양, 타원형, 바게트 모양, 밀대로 가운데를 누른 독특한 모양의 팡뒤, 삼각형 등으로 다양하게 모양을 만드는 과정이다. 성형이 끝나면 반죽을 바네통(발효 전용 바구니)에 넣거나 바게트 천(캔버스 천)의 주름 사이, 또는 금속 빵틀이나 빵 철판 위에 놓고 반죽의 겉면이 마르지 않게 한다. 저온발효기같이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는 장치를 사용하면 좋은데, 없다면 필요에 따라 따뜻한 곳 또는 서늘한 곳에 두고 바게트 천이나 비닐로 확실하게 덮어준다.
2차 발효는 성형 이후부터 오븐에 넣기 전까지의 과정이다. 빵의 풍미는 주로 알맞은 믹식정도, 올바른 사전발효 반죽 사용, 1차 발효 시간, 그리고 굽기 상태로 결정된다. 반면에 2차 발효의 주요 목적은 반죽을 원하는 정도까지 부풀리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반죽이 지나치게 발효되거나 덜 발효되면 모양뿐만 아니라 빵의 식감도 나빠진다. 대개는 구울 시점에 반죽이 100% 부풀면 안 되는데, 만약 반죽이 굽기 전에 100% 부풀면 주저앉는 경향이 있다. 많은 변수가 있어서 완벽한 최적의 발효 시점을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85~90% 정도 부푼 것이 좋다. 각각의 반죽을 주의 깊게 계속 관찰하면서 베이커의 눈과 손이 최적의 시점을 찾아낸다.
가닥을 땋은 빵이나 치아바타, 팡뒤(밀대로 가운데를 누른 모양), 식빵 같은 빵들은 칼집을 내지 않고 오븐에 넣는다. 하지만 다른 빵들은 굽기 전에 면도칼이나 다른 칼들로 칼집을 낸다. 칼집을 내서 일부러 표면에 약한 부분을 만들어 빵의 팽창을 유도한다. 칼집을 내지 않고 구우면 빵이 최대한 부풀지 않는데, 칼집을 내면 표면의 약한 부분이 터지고(자전거 튜브같이 타이어의 약한 부분이 터지는 것) 대개는 모양도 뒤틀린다. 바게트는 거의 변형 없이 정형화된 칼집 모양이 있다. 그러나 다른 빵들은 자유롭게 다양한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 이것이 각 빵의 특징을 살려주기도 하지만, 빵을 만든 베이커의 표식이 되기도 한다.
물론 칼집을 내는 데 어떤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험을 통해 각기 다른 칼집 모양이 빵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과발효되거나 원래 힘이 약한 반죽이라면 (예를 들어 호밀 함량이 많아서) 칼집을 얕게 내는 것이 좋다. 반죽의 측면 구조가 힘이 다소 약화해 있기 때문에 칼집을 깊이 넣으면 빵이 위로 부푸는 것이 아니라 납작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힘이 좋은 반죽을 최적의 상태에서 적절한 시점에 굽는다면, 칼집을 다소 거칠게 넣어도 터진 모양이 멋지게 나올 것이다.
구워진 빵은 들판에서 오븐까지 이어지는 긴 여행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문화와 문명과 역사는 상당 부분이 곡식의 역사와 얽혀 있다. 수 세기 동안 인간은 곡식에 의존하여 생존해왔고, 일상의 일들은 거의 전적으로 곡식을 키우고 추수하고 삶의 절대 조건인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 집중됐다.
사실 쌀 문화, 옥수수 문화, 그리고 카사바 문화가 존재하지만, 밀 문화는 인간의 물질적, 정신적 영역에서 다른 것들보다 더 깊게 형성되어 왔다. 하지만 문화, 신화 그리고 원초적 생존 욕구 같은 문제들은 제쳐두고 마지막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베이커들이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러운 오븐에 반죽을 밀어 넣을 때이다. 이제 새로운 빵의 탄생이다!
일반적으로 오븐에 들어갈 때 빵 반죽은 21~27도 사이다. 반죽이 뜨거운 오븐에 들어가면 엄청난 물리적, 생물학적, 효소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가정 처음 볼 수 있는 변화가 발효의 마지막 단계인 ‘오븐 스프링’이라는 극적인 현상이다. 반죽이 발효되는 전 과정에서 이스트의 활동으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는데, 반죽이 열을 받기 시작하면 발효가 가속화되고 이산화탄소의 생산도 증가한다. 하지만 이런 오븐 스프링의 폭발은 이스트의 활동이 35도 이상에서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는다. 반죽 속의 액체 부분에 용해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가스 상태로 전화되고, 반죽이 계속 열을 받는 동안 팽창하면서 오븐 스프링이 최대화된다. 효소 활동은 오븐 스프링의 초기 단계에 매우 활발하며 특히 반죽의 표면에서 더욱 활발한데, 이곳에서 전분을 덱스트린이라는 당분으로 바꿔준다. 이것이 굽는 마지막 과정에 껍질 색을 내는 데 영향을 준다. 박테리아는 반죽의 내부 온도가 50도가 되면 죽는데, 호밀빵의 경우는 이 온도에서 전분이 젤라틴화된다.
굽기 초기 과정에 밀가루의 전분이 물을 흡수하여 부풀고 윤기가 나게 된다. (반죽이 믹싱 될 때 전분 분자들의 바깥 표면만 젖고, 오븐의 열에 의해 물이 분자들 속으로 침투할 수 있게 된다.) 온도가 60~70도로 올라가면서 부풀었던 밀가루 전분 분자들이 젤라틴화 되기 시작하고, 빵의 내상이 형성된다. 빵의 팽창은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60도 정도에서 늦춰지는데, 이때 아밀라아제 효소 활동은 최대가 된다. 또한, 오븐에 들어갈 때 부드럽고 견고한 구조가 없었던 글루텐이 이때쯤(약 63도) 늘어나기 시작하고 팽창하며, 약 75도 정도에서 응고하고 빵의 구조가 완성된다. 빵 반죽의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효소 활동과 전분의 젤라틴화가 점차 약해지다가 90도쯤에서 완전히 멈춘다.
빵에서 100도를 넘어가는 유일한 부분은 껍질이다. 구워진 빵의 내부 온도는 최대치가 99도이다. 반죽의 표면 온도가 100도가 되면 껍질이 만들어지고, 마일라드 반응으로 색깔이 나기 시작한다. 마일라드 반응은 복잡한 화학적 변화로 빵 껍질에 구운 고기의 표면 같은 진한 갈색을 만들고, 빵의 풍미에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마일라드 반응은 잘 만들어진 반죽이 스팀과 함께 오븐에 들어가면서 생기는 열, 습기, 단백질, 환원당 같은 여러 요소들이 작용하여 일어난다. 알데히드와 케톤이라는 물질도 이 온도 대에서 형성되어 빵의 향과 풍미를 만들어낸다. 마일라드 반응은 빵의 표면 온도가 약 177도가 되면 끝나고 계속해서 빵의 색과 풍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캐러멜화인데, 이것은 150~204도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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